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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영적인 스폰서







[날으는 교실 (에리히 케스트너 작)] 을 읽다보면 가난한 학생을 위해 선생님께서 집에 갈 여비를 빌려주시는 대목이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학생들은 겨울방학이 되어 모두 집에 갈 짐을 싸느라 분주한데, 불우한 그 학생은 어머니에게서 미안하다는 편지와 함께 편도요금 밖에 되지 않을 우표뭉치를 전달받게 된다. (우표를 우체국에 가서 돈으로 바꿔야한다) 그것은 집으로 돌아오라는 차비가 아니라, 방학동안 기숙사에 머물러 해결할 식비 정도의 돈이었던 것이다.
학생들이 모두 떠난 텅빈 학교에 남아 운동장에 쌓인 눈을 밟으며 시간을 보내는 그 학생의 존재를 눈치챈 젊은 선생님은 그에게 집에 다녀올 수 있는 왕복의 차비는 물론, 크리스마스에 쓸 칠면조와 가족들의 선물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돈을 빌려준다.




초등학교 시절 그 책을 여러번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가난이 만들어주는 인연, 가난으로 인해 입게 되는 은혜.



[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 작)]을 읽은 소녀들이 언젠가 자신에게도 나타날 지 모르는 키다리 아저씨를 꿈 꾸듯이, 나도 [날으는 교실]을 읽으면서 다른 아이들과 대조적이라고 느껴지는 내 형편을 어여삐 여겨 줄 선생님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승의 날. 6학년 교실엔 수업 대신 선생님께서 아이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하나씩 풀어보는 시간이 마련되어, 선물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저거.. 00이가 드린 선물이다."하며 탄성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마도 학부형들께서 마련해주셨을 법한 고급의 선물들.



오전에 반장이 선물을 걷어갈 때 내가 냈던 것은, 전날 정성껏 경필로 써내려간 감사의 편지 한 장이 들어있는 얇은 봉투. 드디어 담임선생님께서 그 봉투를 집어들고 손바닥만한 편지지를 꺼내시자, 글씨를 따라 횡으로 종으로 이동하던 그 고요한 눈동자를 기억한다. 아이들도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하며 잠시나마 교실 안이 잠잠해졌을 때, 바위같고 우직한 이미지의 선생님께서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시며 편지지를 원래대로 접어서...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와이셔츠의 왼쪽 가슴 포켓에 조심스럽게 넣어두셨다.



" 와~ 즉석이다 즉석. 00이꺼 바로 접수다. " 난장을 피우는 애들 속에서, 아침부터 손이 부끄러워 열없는 기색으로 앉아있던 나는 비로소 마음이 풀렸다.



이제와 되새기려니, 살짝 콧등이 시큰하다. 그런 기억이 나의 교실을 [날으는 교실]로 만들어 주었다. 자주 오시는 이웃님께서 학생들과 돈독하게 지내시는 것을 보면서, 부디 가슴 따뜻한 스승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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