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백

내가 젤 싫어하는 일



나는 직업상 늘 전화통화를 하고 있고,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음악감상에 할애하지만,

그런 사람치곤, 어딘지 이치(?)에 맞지 않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그건.....심각할 정도로. 타인의 전화목소리를. 구별해내지 못한다는 거.



1.


중학생 시절의 일이다.

(따르르르릉~)

- 여보세요?

- 아.. 여보세요? 거기 0 0 0 학생네 집인가요?

- (헉..누구지??) 네.. 전데요..

- 아, 학생이 0 0 0 학생인가요? 나는 XX 학원에 근무하는 선생님인데..

'학원에 다니라는 광고전화인가?'하면서도 은근히 쫄았던 나는 상대방이 묻는 질문에 너무나 정직하게 조곤조곤 대답해주었다. 이번 시험에서 영어랑 수학은 몇 점이었으며, 수학에서는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국어는 지금 어느 부분의 진도를 나가고 있는지 등등..

결국, 전화 한 통으로 내 학업상황의 총진단을 마친 그 사람은..바로..

우리 큰 오빠였다. -_-;;

같이 사는 오빠 목소리도 못 알아챈 나였다..



2.

(따르르르릉~)

- 여보세요?
 
- 여보세요? 거기 0 0 네 집이죠?

- 네, 전데요..

- 응~ 0 0 아~ 나 XX 야~

- 어~ XX 야~ 왠일이야?

(조잘조잘 재잘재잘)

- 야아~ 근데 있잖아. @@이가 오늘 네 욕 하더라?

- 뭐....어...?

@@이는 당시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 애가 내 흉을 봤다니, 나는 대략 어이 상실..

- 그럴리가..

- 진짜야. '0 0 이가.. 뭐 어떻더라' 말하면서 애들 앞에서 욕 하고 있던데?

- (ㅡ.ㅡ ^).....그으래..? 허..나 참.. 기가 막혀서... 됐어. 나도 욕하면 되지. 나도 욕해. 욕한다구. 나도 @@ 이 한테 불만 많거등?! 웃겨, 증말..

- 정말? 너두 @@이 욕하니?

- 그래. 한다. (증말 모야..)

- 그렇구나...0 0 아, 실은 나 @@이야.. 네가 난 줄 모르길래 그냥 장난쳐본건데..



이후로도 두어건 더, 이런 식의 장난이 있었고.. 그때마다 난 속아넘어갔다.

두번째 에피소드 이후로는 내가 얼마나 상대방의 도발에 잘 넘어가는

심지 약한 인간인지 절감했으므로, 정말이지 당하고 난 후엔 등골이 서늘해진다.

발신자번호가 표시되는 요즘엔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고 있지만.





'고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  (7) 2007.10.09
영적인 스폰서  (3) 2007.10.03
영화를 추천한다는 것  (0) 2007.08.17
RESUME - 마지막 알바  (4) 2007.08.15
RESUME - 세번째 알바  (2) 2007.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