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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 도서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작년에 감상한 [메종 드 히미코]의 인연으로 오다기리 죠를 좋아하게 되었다.
순정만화에 나오는 남자처럼 가느다랗고도 든든한 체격이, 우선은 눈에 꽂혔다.


이른바, '담요를 둘러도 간지가 나는' 타입인데.. 필모그래피를 보면 마이너적인 배역을 주로 맡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메종..]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히미코의 딸을 사랑하게 되지만, 정작 둘만의 순간이 왔을 때는 여체의 어디를 만져야 할 지 모르는 진성 게이의 모습을 연기한 대목이었다. 나는 괴롭게도 동성애 코드에 상당한 관심과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서, 그들이 '노력만으로' 바이나 노멀이 될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나는 배우가 맘에 들었다고 해서 여기저기 팬클럽에 가입하고, 그 사람 작품을 찾아다니며 죄다 감상하는  타입의 열정가는 아니기때문에, 그의 이름만을 기억할 뿐.. [메종..] 이후로는 더이상 그의 작품을 본 일이 없다.


그러다 며칠 전, 심심해서 둘러본 포털에서 '오다기리 죠 내한'이라는 기사를 읽고서 [도쿄타워]를 봐 주기로 결심했다. 요즘 나는 자꾸만 어머니가 생각나서 그냥 그 비슷한 소재가 있으면 그대로 따라가서 푹 젖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이게 다 거울과 세월 때문이다. 문득 거울을 보면 난 어느새, 엄마와 너무 닮아 있어서.)


조조타임을 노리면 관람료가 4천원이라. 어찌나 들떴던지  오전 6시 반에 눈을 떴다. 8시 30분까지 책을 읽고, 간단히 샤워하고 맨얼굴에 크림만 바른 채로 편안한 쉐터와 바지를 입고 집을 나서니 8시 50분. 대학로 CGV에 도착해서 표를 사니 9시 10분이다.


입장하니 90% 정도의 관객이 여성이었다. 전석의 45% 정도가 채워진 것 같다. 숨소리 하나 튀지 않는 정적 속에서 영화가 시작 되었다. <오래된 TV>와 같은 영상으로 옛날의 일본부터 훑었다. 쓰러진 어머니에게 푸웁~하고 토사물을 뿜어대는 만취한 아버지를, 장지문 너머에서 그림자만 목격한 어린 아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 고질라다! " 하고 가리키는 대목에선 ㅋㅋㅋ 웃어버렸지만, 어쨌든 영화는 슬펐다. 내 옆의 여자는 흐르는 눈물을 휴지도 없이 추스리느라고 고생이었다.


어머니가 안 계신 분들에겐 비추..하고 싶다. (미련만 남는다..)

그러나, 아들을 기르는 분들에겐 강추.. 하겠다.


하지만 만약, 내 어머니가 젊은 시절에 얼마나 꽃같은 사람이었는 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위의 조건에 구애받지 말고 이 영화를 보아라. 효도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거나, 자신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그 자체가 효도라고 편하게 마음먹고 이미 포기한 사람들도 이 영화를 보았으면 한다.


요즘은 어머니도 본래 의미의 모성을 잃고 지내는 경우가 많고, 자식도 본래 의미의 효도를 잊고 사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어머니가 되고 싶은 사람이든,어머니 품이 그리운 사람이든.. 오다기리 죠와 그의 어머니를  봐 주었으면 한다.


하긴.. 자식은 늘 "뒷북"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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