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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너의 유효기간







큰 오빠가 별안간 애인과 헤어진 여자후배 이야길 꺼냈다.

" 4년이나 사귀었다면서, '그냥 헤어지게' 됐다고 말하더라. "
 

김성호의 회상을 좋아하던 내 10년전 남친은 헤어질 무렵 내게 이런 말을 했다.

" 넌 순수함이 없어. "





'아무도 쉽게 이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그렇게 남들을 납득시키지 못한 채로 헤어진다.
때로는 헤어진 이유를 자신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워, 시간이 흐른 후엔 상대방을 떠 보려 연락을 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추억조차도 떠올리기 힘든 시간을 보낸 터라 또 그런 그늘 속으로 파묻히기 두려워 한 쪽은 애써 냉담한 반응으로 다른 한 쪽을 떨궈내려 애쓴다. 예전의 열정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불러들이기엔 자신이 없다. 어딘지 과장이나 가식이 생길 것만 같다. 머리로는 너에 대한 '계산'을 이미 마쳐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 시간 쌓아왔던 기억' 으로 인해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작은 단서 하나에 그 사람이 떠오르게 되고,
화창한 날씨나 명랑했던 기분과는 상관없이 사람많은 자리에서 울컥 눈물이 솓구치는 날이 온다.
이제 와서 너를 만나고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저 그때 내가 어떤 사랑을 했는지 잊을 수가 없어서
가슴 속에 뜨거운 불덩어리가 치밀어 올라 머리 속은 하얗게 타버린다.



'서로 가장 순수했었던' 그 시간은 그 자리에 고정되어있을 뿐, 현재까지 흘러오진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너와 나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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