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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1/9 짬 시간엔 극장으로




1.

5일 오전에 [볼트]를 보러 극장에 갔더니, 상영관에 나 밖에 없었다.
'설마..' 하면서 광고를 감상하는 데, 불이 탁 꺼진다. 본편 시작. 정말 나 밖에 관객이 없다. 왠일이니..
영상은 눈에 들어오질 않고, 당황한 마음 속엔 십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퇴근길에 어쩐지 몸이 찌뿌둥해서 들린 동네 목욕탕. 입장료를 내고 작은 비누세트를 사서 탈의실에 들어가니, 분위기 참 호젓하다. '뭐 이래..' 하면서 욕탕문을 열었더니,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청소하는 아주머니.


벗은 내 모습를 보고 '헉'하며 놀랜다. 영업이 끝나서 청소하던 참이라는 거다. 군말없이 입장시킨 그 주인장은 또 뭔지. 머쓱해진 내 앞에서 청소 아주머니는 도구를 챙기며 고민도 없이 등을 떠민다. "편하게 하다 가요~"


아주머니는 곧 퇴장을 하고, 나는 누군가 들이닥쳐 "문 닫아야되니 이제 나가세요!" 하고 외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면서도 탕에 몸을 담그었다. 천천히랄 것도 없고, 서두를 것도 없이 그냥 늘 하던대로 씻었다. 노곤해진 몸을 일으켜 목욕탕을 나서니 조금씩 저물던 하늘은 완전히 깜깜해져 밤이었다.


나가달란 소리도 들은 바 없고, 나오는 길에 아는 척 당하지도 않고.
그 넓은 욕탕을 혼자 맘대로 휘저었던 기억이 왜 새삼 홀로 들어앉은 영화관 안에서 떠올랐는 지.


영화가 20분 쯤 지나갈 무렵, 꼬마 둘을 데리고 한 여성이 입장했다. 시간에 맞추지 못해 늦은 모양이다.
그녀 역시 어둠 속에서 나 혼자 앉아있는 걸 뒤늦게 알아채고 '헉' 하며 놀랜다. 청소 아주머니와 같은 그 폼새에 속으로 켈켈 웃었다.




2.

대통령이 공공의 적이 된지 오래다. 내 생각이지만, 요즘은 국민의 과반수가 나라걱정에 몸살 앓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기도 쉽지 않을 터. 대통령을 새로 뽑자는 이야기도 솔솔 들리지만, 글쎄, 차기에 밀어줄 만한 사람은 있고? 얘도 안되겠고, 쟤도 안되겠고, 그렇다고 걔를 시키면 될 성 싶은가? 이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며칠 전 TV에서 영화 [효자동 이발사]를 보면서, 저렇게 피터지게 투쟁하며 살아왔는데도 정치가 이 지경에 와 있으니, '대한민국을 대체 어째야 쓰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은 커녕 이렇게 기대를 안하게 되니 더 큰 문제다.




3.

일주일 열심히 달렸더니, 밤이 되면 머리가 어질어질.
어제는 오전에 시간내서 [마다가스카 2]를 보았는데, 이게 어린이한테 즐거움을 줄 내용인지 판단이 안 선다.


아이들아, 어른의 유머를 니들이 알아? 난 틈틈이 웃으며 봤지만, 니들은 지겨웠을 꺼다. 안그래도 내 주변의 꼬마관객들이 가만 있질 못하고 자반뒤집기를 하더라. 게다가 1편보다는 재미가 없다며..? (난 1편을 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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