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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3/6 아이스크림 먹다가 웬 인생무상





동네에 새로운 수퍼마켓 하나가 생겼다. 오픈 기념이라고 세일을 하는데, 계란 한 판을 무려 2200원이라는 가격에 판덴다. 그 밖에도 우유가 900원, 아이스크림은 70%를 세일한다고 해서 자전거 끌고 일차왕림해줬다.


컬러풀한 전단지를 온동네에 뿌려댄 덕분인지, 계산대에 선 줄을 보니 '허걱~'. 그래도 북새통을 뚫고 이것저것 바구니에 쓸어담았는데, 계산 후 영수증을 확인하니 한 판만 산 계란이 두 판으로 계산되어 있어 이래저래 아수라장을 헤치고 다시 환불받는 소란까지.


집에 와서 사온 물건을 정리하는 데, 계란은 오래 보관할 성질의 것이 아닌데다 단기간 내에 다 먹을 수도 없어서, 10개만 냉장고에 넣고 나머지 20개는 모조리 삶아버렸다. 운동하고 돌아오면 허기질 때가 많은데 그럴 때 두어개 정도 까먹을 요량으로.  우유는 아침에 늘 먹는 시리얼용으로 산 거고, 아이스크림은 1년 내내 먹을 양을 샀다.


30%의 가격만 받은 건데도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의외로 비쌌다. 하나 하나 들여다보니 1 파인트 정도 크기의 아이스크림 한 통의 권장소비자가격이 6천원이다. 요즘은 어느 수퍼를 가도 아이스크림을 할인해서 팔다보니, 애당초 소비자가를 높게 책정한 듯 하다. 이런 십장생들..(요샌 수틀리면 바로 욕이 튀어나오네;;)  


옛날에는 '데이트'라고 해서 당시엔 보기 드물게 (기름종이같은 걸로) 개별포장한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그게 해태제과 제품이라서 가끔 뜯어보면 해태 선수들 사진이 입혀진 조그만 철제접시도 사은품처럼 들어있었다. 지금 생각나는 사진은 김봉연 아저씨 정도. 어린애 손바닥만한 크기라서 소꿉장난할 때 그릇으로 많이 썼다 ^^; 하여간 아버지께서 집에 돌아오시는 길에 '데이트' 한 곽을 사오시면 6갠가(7개?) 들어있었기 때문에 다섯 식구가 하나씩 먹고, 나는 막내라서 한 개 더 먹었다. 그래도 아쉽기 짝이 없었다.


아이스크림통을 껴앉고 혼자 멍하니 먹고 있는데, 옛날에 비하면 훨씬 질이 좋아진 아이스크림이겠지만 3분의 1쯤 먹고 나니 더이상 땡기질 않는다. 아무리 넉넉하게 사와도 늘 부족했던 어린 시절에 맨날 꿈꿔왔던 게, "투게더 한 통을 혼자서만 퍼먹어봤으면..", "나중에 커서 돈 벌면 잔뜩 사서 나 혼자만 먹어야지.." 이런 거였는데 말이다.


풍족하면 풍족한대로 인간은 공허해지나보다. 지금은 로또 한 방 맞으면 지혜롭고 슬기롭게 잘 운용해서 욕 안먹게 비밀엄수 잘 하고 평범한 척 속으론 떵떵거리며 살 것 같은 공상도, 결국 물질적으로 다 채워지고 난 후에 정신의 공허함은 어쩔 것인가하는 부분은 도저히 대책이 서질 않는다. (근데 아직 한번도 로또를 사 본 적은 없다) 하긴 귤 한 봉지를 사다놓으면 마냥 두었다가 썩은 놈은 골라서 버리고, 대충 말라배틀어진 놈들이나 먹어치우는 인간이 그 큰 돈을 과연 잘도 굴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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