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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



어버이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효도일까.

어버이를 배려하는 의도에서 나름의 결론대로 행동을 하는 것이 효도일까.



쉽게 말해, 아버지 곁에서 건강한 몸으로 함께 사는 심청이가 효녀인지,
아니면 아버지 눈 뜨게 하자고 제멋대로 인당수에 다이빙하는 심청이가 효녀인지... 난 잘 모르겠다.



난 어제 오후,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가히 패닉상태에 빠졌다.
우리 아버지는... 아버지긴 하지만, 정말 제멋대로인 사람이랄까..
어떤 돌발행동이 나올지 몰라 늘 집안에 긴장감이 돌게 하는 그런 풍의 가족이다.



반드시 '능력없음'으로만 밀어붙이기 힘든.. 불성실함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좀 남다른 의미로 걱정이 되는 분이다.
어머니도 별로 아버지를 응원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살아계시는 동안엔 어찌어찌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살아왔던 것이,
모친을 여읜 이후엔 반드시 아버지와 살아야겠다는 자식은 한 마리도 없어서 하나둘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부터 혼란에 빠진 듯 했던 아버지의 흔들린 정서는,
아마도 원래부터 그랬을 괴팍한 성격에 꾸역꾸역 영향을 끼쳐버려서 ...
그 후에 자식들에게 보여주신 여러가지 서운한 행보는 참 생각만해도 서글플 뿐인데...
그래도 우리들 마음 한 구석엔, 시간이 가면서 눈에 띄게 늙어가는 아버지를 뵈면 가슴 한 구석이 무겁고 짠하고..
단 하루를 같이 지내도 정신적인 녹초로 만들어버리는 그 잔인한 성격에 앵돌아져 나오면서도
내 처소로 돌아오는 길엔 반드시 애가 끊어질 듯한 가슴앓이가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괴이한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튼 아버지의 용건은 솔직히 나로썬 도저히 허락할 수 없는 일이라,
나는 일단 시간을 벌자는 마음으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던거고...
아버지의 막말을 듣고서 나는 정말 비참해졌다.

"너는 지금 나한테 죽으라는 말이냐. 그런거냐?"



아버지에게 급한 일이라는 건 안다. 가슴으로는 알지만, 머리에서는 그 방법은 옳지 않다고 한다.
제가 끝내 이 일을 수락하지 않으면, 아버지는 제가 정말 그런 말을 했다고 결정해버리실 건가요?
그런 말에 얽매여 하는 수 없이 동의해드리면, 그럼 그걸로 '너는 효도를 했다'고 생각해주실 겁니까?



아무리 연로하셔도 아버지는 아버지였으면 하는 것은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까?
바깥의 어린아이들을 보면 너희 어릴때 생각난다 하시던 아버지.
아버지에게 지금의 우리들은 대체 무엇인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가시옷을 입은 사람들처럼 왜이리 다가갈수록 상처를 내고 마는지..



난 아직도 결정을 내리질 못했고.. 마치 아버지냐 아니면 나냐를 선택해야하는 못된 상황처럼 되어버려서..



아..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