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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6/13 Sentimental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지난달에 늦둥이를 본 한살 많은 친구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화통화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고 기피해서 매달 전화요금이 기본요금에 머물 정도지만,
이 친구와 통화하면 기본 2시간을 허용한다. 맘먹고 그런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_-;;


대개 잦으면 한달에 한번 정도, 뜸할 때는 4-5개월에 한번 정도 통화를 한다. 이러니 할 말이 많지.
오늘은 애낳고 처음 통화하게 된 거라서 일단은 축하부터 전했다. 이미 5학년짜리 쌍둥이 형제를 두고 있는데 이번에 아들을 하나 더 본 케이스다. 친구가 자기 블로그에 부지런히 아기사진을 올리고 있는 중이라 애기 얼굴은 많이 봤는데, 딱히 아는 사람 애기라서 이런 소리 하는 건 아니고 .. 애기가 진짜 잘 생겼다 ㅠㅠ 머리도 새카맣고, 눈도 크고.


애기가 순한 편이고 게다가 남편이 꽤나 도와주는 타입이라, 친구는 별로 생각만큼 힘들진 않아 보였다. 사실은 친구랑 친구남편은 캠퍼스커플이었고 나는 그들의 대학동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셋 다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셋이서 몇 년에 한번 정도 밖에서 만나게 되면, 난 그녀의 남편과 길바닥에서 대놓고 포옹한다... ㅋㅋㅋㅋ;;
(이럴땐 '포옹한다'보다는 '껴안는다'라고 쓰는 것이 더 적나라할까? ㅎㅎ)


애기랑 애들 소식 잠깐 묻고, 노대통령 이야기 잠깐 해버렸더니 그 담부터 우리 둘다 심각해져서 나라걱정했다. 언제부터 아줌마들이 이렇게 건설적인 수다를 떨게 되었을까..? 통화내내 충심으로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 대해 우울해하다가, 결국은 이명박 대통령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이거 참 답이 안 나온다.


-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 그래.. 대단한 사람이구말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되게 '대단'한 사람인가부다 할꺼다.. (대가리 단단한거 맞다 ㅜㅜ;;)


딴 얘기나 좀 해보려고 다시 사는 얘기로 돌아갔는데, 흠.. 이것도 나름 뉴스긴 뉴슨가? 역시 대학동기인 M이 친구네랑 가까운 아파트단지로 이사 들어온단다. 앞으로 자주 마주치게 됐다면서 툴툴댄다. M은 뒤늦게 보험영업에 뛰어든 녀석이다. 그녀의 남편이 동기라는 인연으로 벌써 보험 하나를 들어준 적이 있다는데, 아무래도 가까이 살면 수시로 들이대긴 하겠지만..;; 친구는 개인적으로 M과 그다지 친한 적은 없었기때문에 "아, 몰라~ 이사 오든지 말든지." 해버린다. 난 M에 대한 정보를 좀 알려주기로 마음 먹었다.


- M이 있잖아, 되게 웃겨.

- 그래?

- 응. 진짜 웃겨. 나 걔랑 같이 1학년때 산에 올라갔다가 배꼽 빠지는 줄 알았어.

- 그으래? 걔가 그런 애야?

- 걔는 영업 할만도 해. 걔를 다시 볼 정도로 말재간이 있더라구. 같이 있으면 절대 심심하지 않아.. ㅋ


잘 지내볼까 갈등하는 눈치다. 나야말로 괜히 저런 소리를 해버려서 별안간 M이 보고 싶어졌다.
애기 보러 왔다는 핑계로 들렀다가 M이나 한번 만나볼까? 과연 M은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일까? (얘야, 너부터 거울을 봐라..;;) 제멋대로의 생각이니 주책이긴 하지만서도, 대부분 이뤄지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예전 기억에 좋았던 사람은 지금도 여전히 좋은 사람일거라고 기대하게 된다.


아기가 배고팠는지 '앙'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 우리는 서둘러 잘 지내란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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