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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4/29 그리움도 때론 독이다









(서비스가 마련되었다니까, 한번 이용해보긴 한다만.. 이런 방식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군.. ㅠㅠ)



다함께 이태원을 지나가는 데, C기획 빌딩이 보였다.
D는 그 건물을 보고 퍼뜩 생각난 듯이,

" S형이 저기 다녔데."

나의 즉각적인 반응은..

" C기획에? ... 이런 바보 멍청이, 그냥 계속 다니지!!"

이제와 뭔 상관이라구 마구마구 급흥분하는 나를 보며 동행들은 조금 당황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S형'이라고 불리운 그 사람은, 지금은 성직자가 되어 있다.
대학을 나와서 기업(알고보니, 그게 C기획..)에 근무하다 뒤늦게 신학교에 편입했지만..
일단 사회의 물을 먹고 들어온 신학생이라 일종의 시험과도 같은 모라토리엄을 2년인가 견디고..
힘겹게 신의 종이 된 것이 벌써 흠.. 육칠년 전쯤이던가?




보수적인 종교... 그보다 한층 더 보수적인 신학생의 생활...

운동권 출신인 S형은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런 생활에 합류한 것이다.
뭐.. 그런게 안타깝다는 건 아니다.




방학 때 모임에 함께 참석했다가 자정이 넘도록 S형하고 신나게 술 처마신 것도 여전한 기억이고,

만취한 S형이 집까지 모범택시 태워서 바래다 준 것도,
젊은 주제에 신세한탄이 극에 달했던 나를 끝까지 외면하지 않고 애처롭게 봐줬던 것도,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나도 모르게 S형에게 전화를 했던 것도,
그래서 S형이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빈소에 찾아와 줬던 것도 기억한다.




"넌 정말 내 여동생 같다."


술마신 그날 밤, 나보다 더 울 것 같은 얼굴로 해줬던 말이다.




내가 S형에게 아쉬운 점은, 그 이상의 말을 듣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회에서 만났다면 훨씬 더 편하게 굴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얼마나 순수한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오히려 혼탁한 곳에서 주변을 등불처럼 밝혀줄 존재로써 그립기도 하고,
정녕 힘들어질 때 사심없이 기대볼만한 단단한 바위같은 인재였기 때문이다.




적다보니 순전히 내 편의를 바라고 필요로 하는 거였나.. 하는 생각도 든다만. ㅎㅎㅎ;;

C기획이든, D기획이든, 이렇게 멀리서 아쉬워 할 일 없이 내내 사회에 남아서,
술 좀 사달라고 삐삐칠 수 있는 사이로 만났다면 좋았을 사람인데,
원망 가질 보람도 없이 신의 곁에 얌전히 앉아버린 사람.
 



(하느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난 그 형이 무지막지하게 아까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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