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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이 죽일 놈의 달리기








2월부터 시작한 달리기가 반년의 경력에 접어들었습니다.
6월과 7월에 걸쳐 잠시 게을렀던 때도 있었지만,
비가 온 직후의 군데군데 웅덩이가 생긴 운동장의 사정도 아랑곳않고 다시 열심히 매일매일 찾고 있습니다.


기분이 저조한 날에는 달리기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마침 누군가 나 말고 달리는 사람이 또 있으면 괜히 열이 받아서 일부러 그 사람을 앞질러 슝~ 박차고 나갑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입 안에 개침이 고일 정도로 달리고 나면, 아무데나 쓰러지듯이 앉아서 몸을 뒤로 젖히고 하늘을 쳐다보며 헉헉대곤 합니다. 그럴 땐 머리 속에 '아~ 오늘은 제대로 달렸다~!' 하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평범하고 안정적인 기분일 때는 유유자적하게 한 두시간 정도를 타박타박 걷다가 올 때도 있습니다.
귀에 들리는 음악에 맞춰서 우울함, 산뜻함, 경쾌함, 장엄함.. 등등 혼자서 분위기에 빠져 설렁설렁 다리를 움직입니다.


몸매에 대한 보고라면, 제 마음에는 흡족한 편입니다.
이전에 올린 사진과는 라인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도 않지만, 어딘가 '둔함'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랄까..
[날씬]이 아니라 [탄탄]을 지향했으니까. 게다가 달리기는 앞으로도 계속 할 예정이고. 경과가 양호합니다.







어제는 '할머니 달리기'( 터덜터덜 느릿느릿 달리는..)를 했는데,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라 운동장에는 줄넘기하는 청년 두어명 밖에 없었지만, 어디선가 나를 샥~하고 지나쳐가는 러닝맨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제가 한 바퀴를 겨우 달성할 동안, 그 사람은 두 바퀴 반을 돌았지만 .. 별로 열이 받지는 않았어요.
댁은 댁의 페이스대로, 난 나의 페이스대로 가는 거지. 아마도 어제는 느긋한 마음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달리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폭우가 지나간 하늘엔 무지 빤짝거리는 별들이 총총.
절반뿐인 달은 어찌나 큰지. 저렇게 큰 달은 오랜만에 봅니다.
아주 큰 수박을 사서 4분의 1로 잘라서 그 중 하나를 하늘에 공양한 듯 합니다.
그렇게 우량한 달을 보니깐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가 생각이 났습니다.


주인공인 브루스가 여자친구와의 분위기 좋은 저녁을 위해 달을 창가로 끌어당기던 장면. (별도 몇 개 찍어넣고)
그런 것도 모르고 여자친구는 창 밖을 보며 깜짝 놀라지요. "와우~ 달이 참 크네!"
하지만 하룻밤 무드를 위한 그 철부지같은 짓 때문에 지구촌 곳곳에선 크고 작은 기상이변이 일어나게 되지요..
이번에 아시아 몇 곳에 많은 이재민이 생겨난 이유도 저 터무니없이 바싹 다가온 달덩이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는 시간도 즐겁습니다.
그 동안 사놓기만 하고 써보지 못했던 여러가지 클렌징 용품들을 시도해보는 재미!
크리스탈 필링제도 써보고, 베이킹파우더니 알로에젤이니 녹차가루니 사해의 소금 등등..;;
부지런히 이것저것 손을 대보고는 있지만 피부가 좋아졌냐면 그건 별로..-_ㅜ
그래도 시도하는 와중에는 기대가 가득해서 즐거워요 ^^ (그럴 시간에 눈썹이나 다듬어라..)







최근의 제 모습은 꽤나 머리를 비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묘하게도 아침에는 화장하는 데 골똘해서..
보관해 둔 화장품들 중에서 지금 쓰기 딱 좋은 건 뭘까.. 냉장고 문 열어둔 채로 고민하기도 하고..
거기다 비타민이랑 콜라겐도 챙겨먹고.. 우유도 꼭 마시고.. 2NE1 멤버들의 옷차림을 연구하는 등..


이 모든 행동들의 내막엔 결국 나이먹는 것에 대한 심각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저도 압니다 ㅠㅠ


돈을 좀 모으면 소원대로 라식을 할까, 아니면 과감히 보톡스를 맞을까..를 놓고 고민할지도.
여행을 하자, 갖고 싶던 책들을 질러버리자 - 이런 거엔 별로 미련이 생기질 않으니.. 정말 골이 비어버렸나 ㅜㅜ


그치만 사람이 뭔가를 이루어서 성취감을 느끼는 존재가 맞다면,
남다른 외모 하나를 가꾸어서 그것을 활력소로 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런 변명도 생각나버리고;;;



에고, 아무튼 그래요. 전 요즘 제 나이가 싫어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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