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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9/27 가을의 편지









백설이네 딸들이 (네 자매입니다 ^^;;) 잘 자라주고 있습니다. 금방 크는 아이들이라서 제 속이 참 편하네요.
팬더네 애들은 조금만 커도 약아졌다는 느낌이라 잘 몰랐는데, 햄스터의 아기는 천진난만한 맛이 있어요.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동요라도 다운받아서 틀어줘야할까 하는 묘한 고민이 생겨납니다...



무심코 휴대폰 액정에 표시된 날짜를 봤다가, '아이쿠.. 벌써 10월에 접어드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있다가 한참 뒤에 깨달았습니다. 지금이 [가을]이라는 것을.



대개 가을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나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괴롭게 지나가는 계절이었는데...
올해는 어쩌다가 시절이 가을인 줄도 모르고 지나갔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즉시 나온 결론은, 내가 생활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
두 번 생각하여 얻은 결론은, 내 안의 뜨겁던 무언가가 식어버렸다는 것.
세 번 생각하여 얻은 결론은, 이젠 타인에게 아무런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내용은 참담하지만, 솔직히 저는 일단 정신의 괴로운 오락가락을 겪지 않아서 무척 편하다는 소감입니다.
요즘은 하루동안 겪은 일에 대해 친한 친구와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까놓고' 말해도 되는 상황이란 게, 그렇게 중독적인 줄 몰랐답니다. ^^
예전엔 뭔가 솔직해져버리면 그 뒷감당 (웬지 모를 불안과 걱정)의 시간이 너무 부담스러웠지요.
마침 친구가 제가 사는 곳 근처로 이사올 예정이라니, 더더욱 신이 납니다.



친구랑 노느라고 블로그에 올 시간이 없었냐...하면 그렇게까지 시간에 쫓겼던 것은 아니고,
다만 친구와 얘기하고 나면 고민했던 일들이 일단 정리가 되어서, 어쩐지 글로 재탕을 해내기가 쉽지 않았던 거랄까..
때론 사랑을 뒤로 미루게하는 우정이라는 것도 있나봅니다. ^^;;;



'뒤죽박죽'인 일상을 '차근차근'으로 정리해가는 과정도 쉽진 않았습니다.
흩어진 양떼를 울타리 안으로 몰아넣는 과정 정도로.
숙련된 양치기라면 어렵지않게 해치우겠지만, 전 영 서투르니까요.
예뻐하던 애완들이 몇몇 세상을 떠나서, 그런 류의 슬픔으로부터 평상심을 찾는 일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무생물들에게는 생명을 갖는 것 자체가 대단한 염원일 수 있겠지만,
생명을 갖고 이 세상을 만나도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두루 겪지요.
2009년은 온기있는 것들을 키우면서 그같은 단순한 사실을 다시금 깨달은 한 해인 것 같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가을은 담담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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