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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3/29 내 사랑 고구마




뭐든 길렀다하면 죄다 죽여버리는 그녀. 바로 나다.

작년부터 열 올렸던 금붕어사육은 숱한 금붕어의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며 막을 내렸다. (내 돈..ㅠㅠ)
창틀을 장식해보려고 한꺼번에 사들였던 스무개의 허브화분은 모두 말린 잡초의 형태로 끝이 났고,
어디선가 받아온 귀여운 하얀 누에들은 어느날인가 동그란 털뭉치고치를 만들어 숨어버리더니 더이상 바깥구경을 나오지 않더라..



이런 주제에 뭘 또 길러봤다간 나중에 지옥행을 면치 못할 것같아 포기를 했지만, 흠, 인연은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생기는 가.

지난 겨울 받아뒀던 고구마 한 박스. 틈틈이 날로 깎아먹긴 했지만 워낙 양이 많아서 슬슬 방치되던 참이다.
한가롭던 어느 주말, 이것들이 얼마나 썩었으려나 하고 상자를 열어본 나는 모래 한 톨, 물 한방울 없는 상자 속에서 뾰족뾰족 눈을 틔운 자주빛 싹들을 보고 "어머머머~ 이 기특한 것들이~ "하며 기뻐했다.
어떤 놈들은 벌써 새끼손톱 반만한 잎사귀가 맺혀질만큼 줄기를 뻗었다. 아이구~ 귀여운것, 장한 것!!!



싹 난 부위를 큼지막하게 댕겅댕겅 잘라다가 빈 어항에 물을 채우고 수경재배식으로 풍덩풍덩 담가놨다.

물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도 아랑곳않고 가끔 생각나면 물이나 좀 더 부어주는 식으로 대강대강 놔뒀을 뿐인데.
이것들이 착실히 자라서 줄기가 바닥으로..바닥으로.. 뻗어나더니 지금은 방바닥을 점령해서, 다닐 때 조심조심 피해다니지 않으면 밟게 되어버렸다.  그만 좀 자라라고 어항에서 얕은 접시로 바꿔주는 바람에 자박자박한 물 속이 실뿌리로 가득해졌지만, 매번 물만 약간씩 보충해주고 있다. 이 상태론 열매 따윈 얻기 힘들겠지만, 어린애 손바닥만해지는 푸른 잎사귀를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할 뿐이다.



최근의 고민은,  단내가 풍기는 지 어디선가 개미들이 생겨나 간혹 고구마 줄기 위에서 배낭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거기가 좋으면 그냥 거기 살으렴..하고 내버려두고 있다. 개미랑 동거한들 좀 어떠한가. 방바닥에 오징어 다리나 흘리지 않고 지내면 되지. 것보담 나중에 고구마꽃 틔우면 그 기쁨은 얼마나 크려나 늘 기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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