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았다.
내 생애를 통해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좁은 어깨를 한 인간들이 수많은 광기를 일으키는 것을.
다른 이를 짐승 취급하고 또한 온갖 수단을 써서 혼을 썩게 만드는 것을.
그러한 행위의 동기를 사람들은 영광이라 한다.
- 로트레아몽 < 말도로르의 노래>
최근에 읽은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라는 책에 인용된 문구입니다. 제가 다시한번 인용을 합니다.
제가 포털에서 주로 읽어보는 뉴스는 대개 연예계 뉴스입니다. 관심이라기 보다는 읽기가 편해서요.
누가 쇼핑몰을 열었다는 둥, 누가 예능프로에서 무슨 말을 했다는 둥..
굳이 알 필요는 없는데 (전파낭비의 측면이 더 크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아무 생각없이 멍때리며 읽어보기엔 무척 부담없는 기사들입니다.
가끔은 심란한 소식도 있지요.. 비슷한 또래의 여배우가 갑작스럽게 사망기사로 이슈가 되거나 하면요.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줄 몰랐고, 더군다나 그녀의 죽음 뒤에는 흔치않은 로맨스가 안타까움을 더해준다던지.
팬도 아닌데 가슴을 적시는 며칠이 지나고 올라온 기사는 어느 아이돌의 혐한(嫌韓)발언 보도였습니다.
전 그 가수가 속한 그룹 이름도 생소하고, 뭔 노래를 불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첫날 접한 보도는 마치 주석을 붙인 듯한 해설성 댓글의 영향도 있고 해서 저도 좀 열이 받았습니다.
애초에 제가 아이돌 자체를 철부지보듯 하는 경향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 '이거 참 씁쓸~하구만..' 하는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대놓고 비난할 정도로 관심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 해당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당사자가 한국을 떠남으로써 더더욱 시끄러워졌습니다.
비슷한 세력끼리의 갑론을박..이라기 보다는 동정론의 확산으로, 감싸는 편이 훨씬 우세한 듯 보입니다.
급기야는 그 아이돌이 올렸다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이 뒤늦게 전해지는 상황까지..
지금은 보도한 사람>네티즌>소속사 순서로 비난의 화살이 이리저리 돌려지고 있군요.
영어로 적혀있던 원문을 이렇게도 해석하고, 저렇게도 해석해서 올려놓는 게시물들을 보면서,
이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는 영어교육 강화가 선견지명이었을까,
역시 "오렌지 말고 오륀쥐~"하는 식으로 본토 분위기대로 이루어져야 되려나 하는 동의가 슬금슬금 커져갑니다.
아직 1주기가 채 되지는 않았지만, 작년 이맘때에 최진실 씨가 악플에 의한 우울증으로 자살한 일이 생각납니다.
때문에 잠깐동안이나마 [선플달기 운동]인가? 그런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기억이 나고요.
결론을 말하자면, 바뀐 건 없다라는 겁니다.
집집마다 컴퓨터 한두 대씩은 갖고 살고, 인터넷 보급율로는 딴 나라 부럽지 않은 우리 한국.
하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세대들 중에는 백수가 넘치고, 사이코패스가 늘어가고,
악플매니아들이 실시간으로 버티고 있지요.
저도 블로그에 때때로 10한 발언을 실어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음. 유명하지 않아서 다행인 걸까요?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전 웬지 인간의 악의는 결국 살의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간사한 일이죠.. 팬이 아니었던 연예인들에게 자꾸만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은. 해준 것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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